오리 꽥꽥
고무 오리 인형 떼가 20년만에 태평양을 건넜다. 지난 1992년 중국에서 고무 오리 인형을 싣고 출항한 배가 한국 인근 바다에서 폭풍을 만나면서 수천 개의 인형들이 바다로 쏟아졌다. 이 고무 오리 인형들은 27,000km가 넘는 대양을 항해해 2007년 영국 해안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조류에 휩쓸리다 상륙이 지연돼 2013년 여름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1992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고무 재질의 오리 인형 등을 실은 화물선이 홍콩을 출발해 미국으로 가던 중 한국 부근 바다에서 폭풍을 만났고, 컨테이너가 바닥에 추락하면서 오리, 비버, 개구리 인형 등 총 3만 개에 달하는 장남감들의 긴 모험이 시작됐다. 바다에 떨어진 인형 중 2만 개는 남쪽으로 향했고 이 중 상당수는 인도네시아와 호주 해안에 상륙했다. 태평양을 건너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오리도 발견되었다. 이 사고를 흥미롭게 지켜 본 미국의 해양학자 커티스 에비스메이어는 지난 15년간 오리 인형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3만 개의 인형 중 약 1/3이 북쪽으로 향했고, 수천 개의 장난감들이 알래스카와 북극해를 지나 올해 여름 영국 콘월 해안에 상륙할 것이라고 했다. 오리 인형을 비롯한 장난감들 중 일부는 타이타닉이 침몰한 지점을 거쳤고, 일부는 얼어붙은 북극 부근에서 수년을 갇혀 있기도 했다. 언론은 이제 곧 영국으로 상륙할 오리 부대들이 수집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해안에 상륙하는 오리 인형들은 고가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오리 인형들은 조류 등의 해양 연구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야말로 오리대란이다. 사진은 얼마 전 엄마와 여행을 갔을 때 우산을 사기 위해 들어간 기념품 가게에서 찍은 것이다. 엄마가 오리 인형을 발견하곤 나를 보며 "너 어릴 때 저런 거 좋아했다"며 "아직도 취미가 남아 있다면 기꺼이 사주마." 하셨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제 고무 인형에는 흥미가 없다. 그렇지만 갖은 고난을 거쳐 20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온 고무 오리 인형이라면 한 마리 정도 갖고 싶다. 어쩐지 그들은 대단한 느낌을 준다. 스펙보다는 스토리가 우선인 시대에 딱 들어맞는 모델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