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그 아래엔 해파리

sputnik.K 2013. 12. 12. 20:44

 

 

병 속의 배는 가라앉지 않는다.

먼지가 쌓아지도 않는다.

그걸 바라보는 게 좋다.

누구도 배를 탈 만큼 작아질 수 없고

배는 스스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병 밖의 바람은 돛에 닿지 않는다.

돛조차도 없다. 슬립과 드레스 뿐.

그리고 그 아래엔 해파리.

물에 둘러싸여 있어도 그녀의 입은 말라있다.

그녀는 눈으로 물을 마신다.

 

한 번도 감은 적 없는 눈으로.

그녀가 죽는 걸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암초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크고 자랑스럽게 남을 것이다.

당신이 나갈 때 그녀에게 키스하지 않았다면

내 사랑... 할 수 있으면

돌아와선 내게 키스해줘.

 

"내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다. 찾을 때까지 죽을 수 없다."

영화 속 그녀가 죽기 전 발견한 단어. 시. 아름다움.

<젤리피쉬>의 감독은 영화제 수상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 산다. 그러나 그 누구도 우리네 삶을 통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