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오의 소나기
타이오는 홍콩에 유일하게 남은 수상가옥 마을이다. 어제는 가족들과 그 마을에 놀러갔다. 처음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옹핑에 들렀다 타이오로 넘어가려고 했으나 어제부터 일주일간 케이블카 점검기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11번 버스를 타고 40분간 녹색길을 달려 종점인 타이오 마을까지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 비릿한 바다내음이 훅 끼쳤다. 여기가 자갈치인가 싶을 만큼 특별할 것 없는 시장길이 이어지더니 저 안쪽으로 '웰 컴 투 타이오'라는 간판을 걸어 놓은 흡사 개선문과도 같은 작은 입구가 보였다. 타이오는 독특한 바닷물빛을 지니고 있었는데, 파랗다기보다는 진한 녹색에 가까운 색이었다. 언니에게 저 바다색을 미술학도답게 설명해보라고 하자 "옥색!"이라는 적절한 대답이 나왔다. 미대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옥색 바다에서 방어인지 전갱인지 물고기떼가 팔딱팔딱 수면 위로 비치는 것이 보였다. 미술학도이자 문학소녀이기도 한 언니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바다 속의 별들 같다."고 표현하자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엄마가 "저것은 별이 아니라 물고기 비늘."이라고 콕 집어 알려줬다.
타이오에는 고양이도 많았다. 고양이들은 이방인 무리가 지나가든 말든 짐짓 여유를 부리며 거리 마디마다 한껏 늘어져 있었다. 어촌과 고양이라니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그렇게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보는데 소나기가 내렸다. 우리는 큰 느티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다 비가 잠잠해진다 싶을 때 얼른 처마가 있는 가게 밑으로 몸을 옮겼다. 맞은 편에 초록 벤치와 큰 나무를 심은 화분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 가족이 일렬로 서서 비를 피하는 동안 비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수레를 끌며 우리 앞을 지나갔다. 우리도 마냥 서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기가 심심해 하나뿐인 우산을 꺼내들고 한 명씩 벤치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벤치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은 처마 밑의 사람들을 찍고 처마 밑의 사람은 우산 아래 있는 사람을 찍었다. 비가 조금 그치자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버스 안에서 소나기가 내리지 않았다면 없었을 사진들을 보며 돌아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늘 일기장의 마지막에 쓰곤 했던 말을 오랜만에 쓰고 싶다. 참 즐거운 1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