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오늘도 기승전결

sputnik.K 2015. 6. 3. 13:25

 

 

 

 

꿈에서 나는 쫓기고 있었다. 쫓기는 사람은 둘 중 하나에 해당한다. 나쁜 짓을 했거나 타인의 나쁜 짓을 예감했거나. 나는 후자였지만 그가 어떤 나쁜 짓을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날 쫓던 사람은 내가 싫어하는 이였는데 현실에서처럼 사랑받고 싶어했고 관심받기 위해 숨어서 무언가를 했다. 그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한 인간의 어쩌지 못하는 나약함을 마주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이런 꿈을 꾼 건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책을 보며 잠들었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 만화책에 등장하는 한 인물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는데 그 표정이 연상시키는 누군가가 꿈에 나온 것이다정직한 기승전결. 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써놓고 싶어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나날들이 몸을 스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에 기록되어야 하는 일과 감정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곳을 건너뛰었다.

 

지난 월요일부터는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 온 몸의 근육이 뭉쳤다.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은 근육의 건재를 알려왔다. 계속 움직일 생각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