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바람이 분다
sputnik.K
2015. 8. 3. 16:33
탕웨이가 부른 <만추> OST를 듣고 난 뒤로 가끔 그녀가 읊조리던 가사가 떠오르곤 했다. 이 노래는 영화 속에 등장하거나 OST 트랙에는 실리지 않은 곡이다. 원곡은 손성제의 '멀리서'라는 곡으로 두 곡 모두 좋다. 무엇보다 탕웨이가 부른 곡의 가사에는 자조도 원망도 없어서 듣고 있다 보면(정확히는 번역된 가사를 읽고 있다 보면) 마음이 담담해진다.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를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
4년 전 겨울, 극장에서 영화 <만추>를 봤다. 나는 <만추>를 슬픈 영화로 기억하고 있는데, 영화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때 나의 상황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 탕웨이가 포크 사건을 빌미로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에게 "Why!"라고 소리치며 화를 내며 우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 은유적 상황이 슬펐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이는 그 장면에서 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것도 나눌 수 없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언가를 예감한다. 이제는 감정도 감성도 빠지고 하나의 장면으로만 남아있는 과거의 시간. 바람이 불면 물보라는 흩날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어찌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