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커튼 너머에 있는 것
sputnik.K
2015. 9. 7. 11:40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떠오르는 저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언니의 사진이다. 언니의 사진에는 자주 빛의 경계가 등장한다. 호텔 커튼 너머로 비쳐드는 빛과 바닥에 드리워진 빛 그림자들. 빛이 새어들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던 시간 속에서도 빛은 엄연히 그곳에 존재했다. 빛은 언제나 우리 삶에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는데 동시에 언제든 달아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래서 빛을 좇는 사람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있어서만큼은 부지런해야 한다. 커튼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언니의 사진을 수집가처럼 쟁여놓고는 기분이 내킬 때마다 내가 써 놓은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각자 별개였던 글과 사진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이 과정이 내게 꽤 괜찮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만으로 사진을 볼 때 스치곤 했던 기시감 혹은 미시감이 설명되기도 한다. 커버의 소설 제목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