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농담 뒤로 숨는 사람들

sputnik.K 2015. 9. 22. 14:30

 

 

 

 

인간은 자기 안에서 생겨난 것(말, 생각, 감정)을 외부에 알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한 존재다. 그들은 특히 뼈를 품고 불쑥 솟아난 말을 삼키고 싶어하지 않는데 동시에 모가 난 말을 그대로 뱉어 내면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이 사회적 동물의 욕망과 위험 사이에 있는 언어가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이야말로 화자의 가장 농밀한 마음을 함축하고 있는 말인 것이다.

 

농담에는 진짜 농담과 가짜 농담이 있는데 그 둘은 엔도르핀과 코르티졸만큼이나 명확하게 구분된다. 사람들은 거친 진심과 "농담이야"라는 말을 함께 내뱉음으로써 서둘러 방패막을 만든다. "농담이야"라는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내가 방금 한 말은 진심인데 그렇다고 우리 관계가 깨지거나 상황이 내게 불리해지거나 내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나 다치기도 싫어, 얼음! 웬만큼 똑똑한 사람들은 진짜 농담과 가짜 농담을 잘 구분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짜 농담이라 할지라도 농담이라는 막 뒤에 숨어 얼음을 외치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건 어쩐지 반칙인 기분이 들어 농담을 받은 사람은 주춤하게 된다. 농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농담에 대한 객체는 무안을 당하거나 위트도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가끔은 마지못해 "땡!"을 외치며 상대의 농담을 이해하는 척 하기도 하지만 기분이 개운치 않은 건 감수해야 한다.

 

엇을 외치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사람들은 농담 뒤에 숨어버렸으니까. 그들은 농담 뒤에서 이건 농담일 뿐이라고 말한다. 마치 농담과 자신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군다. 그런데 역시 자기 안에 없는 것은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