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건들
도시는 살아있다
sputnik.K
2011. 12. 5. 00:04
침사추이 빛의 심포니 야경쇼를 보기 위해 에프터눈 티를 먹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10분 남짓 남았다. 그리 멀리 떨어지진 않았지만 뛰어야 안심이 될 거리다. 건물들이 하나 둘 빛을 내며 '나를 좀 봐주세요' 하며 반짝거린다던 야경쇼를 직접 보니 정말 '날 좀 보소' 컨셉이다. 레이저 광선이 하늘을 가르고 빛들이 점점 격렬해진다. 그 난리부르스를 넋을 놓고 보고 있자니 어쩐지 낯이 익은 건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이상해, 익숙해." "당연하지, 저긴 센트럴 파크야." 짧은 바닷길 하나를 사이에 둔 건너편 도시는 지난 번 홍콩에 처음 왔을 때 갔던 곳이다. 저 편에서 봤던 건물은 이 편에서 보는 건물이 아니었다. 디테일에서 전체로 넘어오자 도시가 파악된다.
그리고 짧은 바닷길을 가르는 배에 몸을 실었다. 다시, 전체에서 부분으로 넘어갔다. 꿈결처럼 반짝이는 도시 속으로 들어갔다. 어때, 날 좀 봐달라던 너에게 내가 왔어. 도시는 살아 숨쉰다. 처음으로 느꼈다. 장소도 숨결을 가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