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주일의 빵
sputnik.K
2018. 12. 2. 12:56
연희동에 있는 독일빵집에서 빵을 사왔다. 빵집이 언제 쉬는지 물으니 "주일에 쉬어요, 일요일"이라고 대답한다. 일요일에 쉬는 빵집에서 사온 빵으로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한 잔 내려 마신다. 그리고 두툼한 빵을 접시에 담아 먹는다. 일요일의 빵에서는 일요일의 맛이 난다.
최근에는 거의 매일 소고기를 사와 집에서 구워 먹는다. 예전에는 집에서 고기도 생선도 구워먹지 않았다. 기름이 튀는 것도 집안 가득 냄새가 배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단백질과 영양소를 잘 섭취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방법이 없다. 당연히 고기를 잘 고르고, 잘 재우고, 잘 굽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게 된다. 여러 부위를 사서 먹어 보니 내 입맛에는 안심이 가장 부드럽게 잘 맞는다. 고기를 마리네이드 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허브도 몇 종류 더 사왔다. 고기를 구울 때는 마늘과 양파도 곁들인다. 이윽고 식사를 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역시 고기펄슨이군.' 오늘은 메뉴를 살짝 바꿔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해먹기로 한다.
오후에는 커피에 형부님이 남미투어 후 선물해주신 과자들을 곁들이려 한다. 얼마나 맛있을까. 일요일은 주일의 빵으로 시작해 먹고 또 먹고 또 먹다 잠드는 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