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점심시간
직장인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남은 시간에 속도가 붙는다. 무엇보다 누구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어제와 다른 오늘의 기분을 완성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직장 동료 몇몇과 함께 점심을 먹고 그 중 한 명과 산책을 했다. 그 사람이 문득 말했다. "아까 보셨어요?" 나는 "어떤 거요?" 되물었다. "OO이 내 쫄면 먹는 거요." 이 말을 시작으로 그녀는 그가 평소 얼마나 자주 자신의 밥을 탐내는지, 그것이 어떻게 마음을 상하게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녀 역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싶은데 다 들어가지 않아서 억울하고 속상하다는 이야기, 특히 오늘의 쫄면은 좋아하는 메뉴라서 다 먹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 OO이 쫄면을 가져가고 자기 밥은 나눠주지도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호시탐탐 자신의 밥을 탐내는 주변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녀는 잔뜩 억울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내가 많이 먹든 적게 먹든 내 마음이잖아요. 더 먹고 싶으면 자기들이 새로 시켜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밥은 내 거잖아요."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밥을 남기더라도 남긴 채로 밥상을 마무리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아직 밥 숟가락도 뜨기 전에 '어차피 남길 거면 미리 덜어서 나를 달라'는 말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점심과 관련해 과거 같이 일했던 다른 동료의 이야기도 있다. 그는 대표와 겸상해야 할 때마다 대표가 싫어하는 음식을 개인 메뉴로 시켰다고 한다. 대표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먹던 젓가락으로 자신의 메뉴를 뒤적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는 여러 면에서 지저분했어. 식사 때마다 신발을 벗고 의자 위로 양반다리를 하거나 한쪽 발을 올리는데 밥상 너머 그 발가락이 보이면 입맛이 뚝 떨어져.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밥상에 숟가락 젓가락을 푹푹 쑤셔 대. 겸상하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하지만 그 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대표가 내 반찬에는 손도 대지 못하게 가장 싫어하는 걸 시켜. 그게 내가 터득한 지혜야."
밥상은 소중하다. 소중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 피어나는 감정으로 상대에 대한 감정을 감별할 수 있다. 같이 먹을 바에야 차라리 굶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사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기다렸다가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다. 비단 직장에서 뿐만이 아니다. 아주 가까웠던 사이에도 밥을 같이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관계를 한 번 점검해보는 편이 좋다. 밥상은 많은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