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동작을 잠깐 멈추시오

sputnik.K 2019. 5. 19. 08:18

 

가끔씩 눈이 불편해 안과에 가면 안구건조증이란 진단을 받는다. 안검염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눈꺼풀에 작은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다. 한 안과 선생님은 나의 질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눈물이 나지 않는 건 아닌데 눈물이 빨리 말라버려서 생기는 것이네요." 그러면서 눈꺼풀을 세밀하게 닦을 수 있는 클리너를 챙겨줬다. 한 번씩 클리너로 눈꺼풀을 닦고 인공눈물을 넣으면 시야가 한결 선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오늘도 눈이 건조해 인공눈물을 넣기 전 아이 클리너를 사용하려고 봉투를 뜯었다. 그런데 순간 알코올 향이 훅 끼쳤다. 지난번에 닦을 때도 그랬나 생각하면서 거즈를 바로 눈 앞까지 가져가다 뭔가 이상해서 포장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겉면에는 '눈에는 절대 접촉하지 마시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알고 보니 그건 며칠 전 선글라스를 샀을 때 렌즈를 닦는 용도로 줬던 클리너였다. 안과에서 준 클리너는 다른 파우치 안에 있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너무 다른 용도다. 

 

가끔씩 뭔가를 하려 할 때 별 이유 없이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동작을 잠시 멈추는 것이 좋다. 불쑥 생겨나는 예감은 어떤 신호 같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