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셔터문을 잘 내립시다
sputnik.K
2019. 7. 10. 17:25
얼마 전 프리랜서를 할 때 함께 작업했던 사진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 전화였는데 프리랜서의 끈을 놓지 말고 가늘게 부여잡고 있다가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프리랜서야말로 강한 것이라고도 했다. 웃으면서 인정했다. 스스로에게 소속되는 것만큼 강한 것이 있을까요. 언젠가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를 하던 지난 1년간 내게는 전에 없던 감각이 하나 생겼다. 시간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다. 시간이 곧 돈인 프리랜서는 시간이 남으면 불안에 휩싸인다. 휴식을 줄이고 일을 늘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리고 한번 늘린 일은 생각처럼 쉽게 줄일 수 없다. 자연스럽게 잠 자는 시간이 줄어든다. 일정 시간이 되면 셔터문을 내리고 하루를 마감해야 하는데 점점 셔터문 내리는 방법을 잊게 되고 그 이유까지 잊어 버리게 된다. 순식간에 생활 속 리듬이 엉키고 문제가 발생한다.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마감을 지키는 능력과 문을 닫는 단호함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해진 양의 일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자신을 따뜻한 물에 씻기고 침대에 눕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쥐어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잘 하고 싶다면 문 앞에 운영시간 팻말을 걸어둘 필요가 있다. 아침에 'Open'을 내걸었다면 저녁에는 팻말을 휙 돌려 'Close'로 바꿔야 한다. 때로는 쉬는 날도 필요하다. 정말이다. 셔터문만 잘 내려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