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평행선이 시작될 때

sputnik.K 2019. 7. 20. 09:23

 

 

 

 

우리는 가끔 함께 있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영원히 만나지 못할 평행선을 그린다. 그런 순간은 불쑥 찾아와 무심히 지나간다. 가령 영화의 한 장면에서도 평행선은 시작된다.

 

과거의 어느 시간, 나는 영화관에 앉아 있다. 내 곁에도 누군가가 앉아 있다. 스크린에는 마을사람들이 욕망에 눈이 멀어 살아있는 사람을 벽에 가두고 시멘트를 바르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을 죽이다 말고 그들은 곧 배고픔을 느끼며 방바닥에 밥과 반찬을 펼치기 시작한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 벽 뒤에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개의치않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 게걸스레 먹는 행위에 집중한다. 밥그릇이 달그락거리고 찌개에는 숟가락이 바쁘게 오간다. 영화관에는 입속에 밥을 우겨넣고 밥찬을 쩝쩝 씹어 삼키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살인을 하다 말고 와자찹와차찹 허기를 채우는 장면이 하도 기괴해서 나는 속이 미식거렸다. 그때 그들의 밥 먹는 소리보다 더 가깝게 옆 사람의 귓속말이 전해졌다. "진짜 맛있겠다, 배고파."

 

누군가 허기를 느끼는 순간과 내가 역겨움을 느끼는 순간이 일치할 때 나는 평행선에 대해서 생각한다. 서로 다름은 상대를 끌어당기기도 하지만 빛의 속도로 사이를 멀어지게도 만든다. 예감은 정확하다. 우리는 각자의 느낌대로 자기 길을 간다. 스치듯 지나간 시간에는 기이한 감정과 그리다 만 평행선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