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날에
날씨가 춥습니다. 10월이면 아직 가을날이어야 하는데 벌써 코 끝이 시린 초겨울 같아요. 저는 얼마 전 생일이었어요.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마음 속에 고마움이 차곡차곡 쌓였어요. 며칠 전에는 오랜 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서로 안부와 근황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어요. 이야기와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란 얼마나 귀한지요.
요즘 저는 수면습관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습관이란 생각할 일이 아니라 행동할 일이지만 일단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나름 식사를 잘 챙기고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잠 자는 시간이 늦어지니 몸이 피곤해요. 삶의 질은 수면습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잠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게 중심이 엉뚱한 곳으로 기울고 중요한 뭔가가 뭉개져 버리는 것 같아요. 마치 케이크 상자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전력 질주 하다 뒤늦게 손에 든 상자가 떠오른 기분입니다. 기울어진 케이크는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지요.
새로 이사한 집에는 해가 더 잘 듭니다. 아직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달지 않아 어느 시간대가 되면 요리조리 태양을 피해야 할 지경인데 그래서 좋아요. 빛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다음 주에는 아빠가 오세요.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아빠를 모시고 새롭게 발견한 카페에 갔다가 전시를 함께 볼 생각입니다. 최근에 구한 좋은 차도 내려드리고요.
저의 근황을 맥락 없이 전해 봤습니다. 맥락 없음이 때로는 맥락이 되기도 하니까요. 모두모두 각자의 시간 안에서 평안하게 지내길 마음으로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