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눈 깜짝할 사이, 표류선

sputnik.K 2019. 10. 29. 11:46

 

 

 

 

얼마 전 친구들과 메신저로 이야기 하다 친구 아기 볼에 있는 보조개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바로 전날 보조개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친구 아기가 떠올랐던 터라 생각나는 내용을 전해줬다. 보조개는 신이 아이를 만들어놓고 너무 예뻐서 한 번 더 만진 표식이라는 것이었다. 정확한 글귀는 저녁에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기로 하고 그날 집에 가서 그 글을 본 것 같은 책을 뒤적였다. 그러나 책에는 그런 글귀가 없었다. 출처가 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책 말고 또 뭘 봤는지 생각해 보니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가 떠올랐다. 이 채널 저 채널을 뒤적인 끝에 글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보조개는 신이 아이를 만든 후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사랑이 넘쳐 다시 한 번 건드린 흔적으로 신의 사랑을 더 받았다는 뜻"이라는 것이 정확한 내용이었다.

 

이 간단한 내용을 다시 찾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내가 매일 무의식적으로 보는 채널과 정보의 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뭘 하나 검색하다가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기 일쑤이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다만 의식적으로 지나온 길을 더듬으며 뭔가를 복기하려고 하니 여기가 거기인지 거기가 여기인지 헷갈린다.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인 줄도 모르고 표류하고 있었던 나는 새삼 이곳에서는 나침반을 단단히 붙잡고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확실히 건져 배에 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둥실둥실 하늘만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는 눈 깜짝할 사이 갈 곳을 잃은 표류선이 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많은 것이 까마득하게 가라앉아 버린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