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12월의 선물

sputnik.K 2019. 12. 19. 21:09

 

12월이 가기 전 2019년을 열심히 살아낸 나에게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내 안의 다정한 자아가 나타나 무엇을 가지고 싶은지 묻는다. 그렇게 갑작스럽고 조용한 쇼핑이 시작되었다. 나는 좋아하는 동네에 놀러가 당장은 쓰임이 없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골라왔다. 따뜻해 보이는 회색 캐시미어 스웨터, 부드러운 질감의 정장바지, 여행용 선글라스, 가벼운 안경테. 그 물건들은 서랍과 옷장 안에서 가만히 자리 잡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 내 삶에 정확히 안착할 것이다.

 

안경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갈 것이다. 안경을 고르면서 선물을 받을 대상의 즐거운 표정을 한번 그려봤다. 상상 속에서 상대가 웃자 현실 속의 나도 따라 웃는다. 선물을 한다는 것은 주는 행위인 동시에 받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늘 생각한다. 맛있고 건강한 수제 요거트를 너 한 숟가락, 나 한 숟가락 나눠 먹 듯 기분이 좋아진다. 가벼운 포만감과 부드러운 뒷맛이 남는다. 쇼핑이 끝나고 소비의 즐거움이 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은 것은 내게 아직 주는 즐거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