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함께 걷는 일

sputnik.K 2020. 3. 14. 18:08

 

 

 

 

요즘 나는 아빠의 산책길에 동행하고 있다. 산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등산에 가깝다. 등산 같은 산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제는 등산 같은 산책길에서 청설모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 매 두 마리를 보았다. 햇살이 따뜻한 어제 우리는 여러 길 중에서도 강둑을 따라 걷는 코스로 걸었다. 왼편으로 강이 흐르고 오른편으로 산이 감싸고 있는 길을 걷다 보면 또 다른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오늘은 산속을 걸었다. 어제와 달리 빛이 드문드문 들고 바람이 생생 불었다. 아빠는 아끼는 장소가 있다며 그곳을 보여줬다. 평소 아빠의 산책 파트너인 작은 아버지와 즐겨 찾는 곳이라고 했다. 꼬불꼬불 길을 따라 들어가면 아빠의 소중한 장소가 나온다. 작은 벤치가 있어 앉아서 쉴 수도 있는 그곳은 나무가 빛을 가리는 숲 속과 달리 적당한 햇살이 내려앉는 양지다. 아래로는 소담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아빠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이곳에 조용히 앉아서 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고 했다. 나는 햇살을 받으며 벤치에 앉아 가만히 눈 앞의 풍경을 바라봤다. 아빠가 말하는 편안한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챙겨 간 간식을 나눠 먹고 조금 더 앉아 있다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걷는 일이란 참 좋은 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