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sputnik.K
2012. 1. 3. 23:04
집으로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요리할 준비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면 편안한 옷 속에 스며드는 추위를 핑계로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방이 따뜻해지길 먼저 기다릴 게 분명했다. 대충 앞치마를 두르고 어제의 설거지를 재빠르게 '해치우고' 쌀을 씻었다. 참치캔을 땄다. 냄비를 데워놓은 터라 참치기름이 바닥에 닿자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연기가 타오른다. 김치통을 열고 김치들을 대중없이 꺼내 얇게 퍼진 참치기름에 철퍽 내던지고 볶기 시작했다. 양파가 없어서 무엇으로 보완하나 고민하다 그냥 오래 정성들여 볶는 행위로 대신해야겠구나 결론을 내린다. 물을 자작하게 붓고나니 찌개가 아니라 찜 같은 형태가 되었다.
김치찌개는 그럭저럭 완성인데 밥솥에서 김이 뿌우뿌우 올라오질 않는다. 밥 완성을 알리는 삐삐 신호가 날 때까지 김이 배출되지 않았다. 가까이 가면 어쩐지 폭발이라도 할 것 같아 10분 정도 지나 발로 툭툭 쳐본 뒤 비장하게 오픈장치를 클릭한다. 밥이 설익었다. 솥이 안 터진게 어디야 하며 밥 그릇 가득 뜨끈한 밥을 퍼 담고 10분 사이에 구운 더덕도 식탁에 올렸다.
지금은 모과차를 마시고 있다. 씻어야 한다는 수고로움만 빼면 찌개를 곁들인 저녁 덕분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저녁 정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