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비슷하지만 결코 알 수 없는 일

sputnik.K 2020. 6. 28. 22:20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오래 비워둔 집안 곳곳을 빠르게 살핀다. 나가기 전과 달라진 건 없는지, 식물들의 상태는 어떤지, 불쾌한 냄새가 나진 않는지 확인한다. 아무 문제 없다. 창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입고 있던 옷가지를 벗어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그 사이 샤워를 한다. 가볍게 옷을 걸치고 나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낸다. 천천히 책상 앞에 앉는다. 그곳에서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편안함을 만끽한다.

 

맥주캔을 따면서 나는 어떤 이의 안부에 대해서 생각한다. 되도록 그의 안부에 사념을 붙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그 사람을 떠올린다. 다른 생각을 덧붙이지 않으려는 건 내가 짐작하는 바가 빗나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다른 방향을 따라 걸었다. 곁을 지키는 사람과 머무는 장소가 바뀌었고 사는 모습도 달라졌다. 그러니까 어림잡아 헤아리는 건 섣부르고 불확실한 일이다. 그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나는 알 수 없다. 행복과 불행은 경계가 흐린 단어다. 그가 알지 못하는 시간을 내가 보냈듯 그도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다고만 생각한다. 그의 기쁨이나 슬픔이 나의 감정에 오래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고 앞으로도 멀리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각자의 상황과 마음을 감당하면서,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서둘러 지나가길 바라면서, 자주 어긋나지만 한 번씩 알맞은 속도로 맞아떨어지는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어쩌면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결코 알 수 없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나는 어떤 이의 안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