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찰깨빵과 깨찰빵

sputnik.K 2012. 2. 4. 11:47

 

원고를 쓰고 나면 교정작업을 한다. 그러나 나름의 교정작업 후에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이 생긴다. 예를 들면 표토제닉(포토제닉)과 카메라 루시드(카메라 루시다)가 있겠다. 특히 카메라 루시드에 대한 취재원의 조심스러운 지적을 받고 혼자서 어떻게든 '내가 루시드 폴을 너무 좋아해서 그랬나봐'라는 변명으로 자존심을 구휼해보려 노력했지만 그게 더 자존심 상했다.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고, 말이 문자화되면 그 다름의 힘은 더욱 커진다.

 

그 다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하는 토론이 고등학교 때 있었다. 토론의 시작은 친구가 찰깨빵이라며 내놓은 빵을 나눠먹으며 시작되었다. 다른 친구가 이건 깨찰빵이 아니냐며 반문한 것이다. 찰깨빵과 깨찰빵, 무엇이 이 쫀득쫀득한 빵의 정식명칭인가를 두고 친구 넷이서 각자 주장을 펼쳤다. 당연히 찰깨지 아니지 깨찰이지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찰깨를 주장하던 빵의 소유주가 "내가 영수증이 있는데 여기 찰깨라고 정확하게 적혀 있어."라며 영수증을 주섬주섬 꺼내길래 찰깨로 정의 내려지나 보다 했다. 보여준 영수증에는 분명 영어로 charge(찰개)라고 적혀있었다. 어라? 하며 다들 수긍하려던 찰나 깨찰파에 있던 친구가 "야! 이건 charge(차지)잖아! 가격표시잖아!!!" 절규하는 것으로 찰깨과 깨찰의 판단은 영영 보류되었다.

 

어제 언니와 찰깨빵(깨찰빵)을 먹으며 저 이야기를 했다. 언니가 "이거 찰깨빵 아냐?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해?"라고 하길래 대답했다. "언니, 누가 언니 이름 순서를 바꿔 부르면 좋겠어?" 갈수록 궤변론적으로 똑똑한 척 하는 데는 도가 트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