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이해에 대한 오해
sputnik.K
2012. 2. 4. 22:01
대학시절 리포트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써낸 적이 있다. 기회가 닿아 다시 읽어본 그 글은 꽤 난해하고 복잡했다. 그때 나는 무엇을 이해했던 걸까. 스스로 이해력이 좋다고 생각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마인드 셋이 잘 돼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이해한 바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 수학에서도 이해한 수식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건 당연히 이래서 이렇고 저래서 저렇다고 설명하면, 상대는 그게 왜 당연한 건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의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공식을 인정하고 나면 결과를 이해하긴 쉽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인정을 하면 되지'라는 나의 어떤 마인드를 생성한 건지도 모른다. 역으로 그런 마인드가 그런 이해력을 가져온 건지도. 그러나 인정이 아닌 이해가 필요한 때도 있다. 현상이 아닌 본질을 탐구해야 하는 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요즘은 '이해는 오해의 전부'라는 말이 계속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 동안 이해한다고 오해했던 것들의 본질을 다시 파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