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밤 산책과 아침 요가

sputnik.K 2021. 7. 21. 11:18

 

 

 

 

눈을 뜨니 저녁 8시가 되기 전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살구빛 하늘이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산책을 다녀오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발길이 이끄는대로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 이사온 이후 거의 처음 제대로 하는 동네 산책이다. 집 주변을 걷는 일은 늘 있었지만 언제나 목적지가 있었다. 회사에 가기 위해, 마트에 가기 위해, 카페에 가기 위해, 언니 집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오곤 했다. 이번에는 진짜 산책이 하고 싶었다. 목적이나 효율 같은 건 상관 없이 그저 가고 싶은 곳으로만 걷는 것 말이다. 길은 모르는 동네로 이어졌고 그 사이 같은 마을버스가 세 번 지나갔다. 옛 직장 동료가 몇 번이나 말하던 큰 공원도 발견했다. 노란 조명이 켜져 있는 공원에서 사람들은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혼자 달리고 있었다. 나는 1시간 반가량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다. 아침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요가복을 챙겨 입었다. 내겐 한 번도 입지 않은 운동복이 몇 벌 있다. 옷장에 가지런히 접혀 있는 그 옷들을 잠시 바라본다. 운동복은 충분해.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아. 알겠지? 스스로가 잘 알아들었길 바라며 매트를 펴기 전 청소를 한다. 방 안에 쌓인 먼지를 물걸레로 간단히 닦아내기만 해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드디어 요가를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요즘 내 생활의 모토는 지금 있는 곳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을 한 가지씩 하자는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일은 의외로 사소한 것이라 자꾸만 미루게 된다. 그래서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러면 자꾸만 돌부리에 걸리듯 그 자리에 걸려 넘어진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돌부리를 없애야 한다. 그야말로 부지런해져야 하는 걸까 싶지만 아니다. 적당히 부지런하기만 해도 된다. 간단히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씩 줄어들면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