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밤의 매미 낮의 매미
sputnik.K
2021. 8. 19. 12:51
입추가 지난 뒤로 저녁이 되면 더 이상 매미가 울지 않는다. 언니가 그랬다. 이제 밤에는 더 이상 매미가 울지 않아. 이 말을 들은 이후 밤의 매미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언니의 말처럼 한낮에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들은 해가 지자 침묵했다. 매미와 귀뚜라미가 함께 신나게 울어대다 어느 날 밤부터 매미 소리가 뚝 끊겼다면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매미의 침묵 자리는 풀벌레들이 채운다. 매미는 한낮에 운다. 매애애애애애앰 하고 긴 호흡으로 남은 여름을 끌고 간다.
조카는 매미 소리를 곧잘 낸다. 매미가 우는 창밖을 가리키며 “맴맴” 하고 말하거나 매미가 그려져 있는 《떡갈나무 호텔》을 읽어달라는 신호로 “맴맴” 하고 말한다. 책 읽어줄까 물었을 때 맴맴 하는 간결한 대답이 돌아오면 나는 그 책을 찾아 온다. 올해 여름은 조카가 처음 매미를, 밤을, 꽃을, 자동차를, 공을 알게 된 계절이다.
나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조카를, 여름을, 낮잠을, 밤을, 가을을 떠올린다. 매애애애애애앰 하는 소리에는 매미의 생애뿐만 아니라 내 생활의 언어도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