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책과 빵과 커피

sputnik.K 2021. 9. 6. 22:41

 

 

 

 

내가 자주 애용하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다톨 도서관이라는 곳이다. 다톨은 내 언니를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곳은 내 언니의 집이다. 나는 자주 다톨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빌린다는 것은 언젠가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지만 독촉도 연체료도 없어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고 싶은 만큼 시간을 들여 읽다 돌려주고 싶을 때 돌려준다. 종종 돌려주는 걸 잊어버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느긋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빌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다톨 도서관의 흥미로운 지점은 집안 곳곳에 책들이 배열돼 있다는 데 있다. 침실과 거실, 주방은 물론 에어컨 옆과 LP 플레이어 아래 작은 공간에도 나름의 분류 방식으로 책들이 꽂혀 있다. 나는 집안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리며 책이 선별된 방식을 추측해보거나 직접 물어본다. 이 도서관에는 언제 들러도 신간이 들어와 있는데 내가 신간을 발견하면 이곳의 북큐레이터 다톨은 기다렸다는 듯 책 소개를 해준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설명처럼 자연스럽고 믿음직스럽다.

 

책 추천에도 능수능란하다. 간단히 요즘 관심사나 기분, 읽고 싶은 장르만 이야기하면 된다. 오늘은 최근 관심사인 채식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들을 한 권 한 권 들춰보고 있으니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책들을 꺼내와 추천해줬다. 그 책들을 테이블에 한가득 쌓아놓고 훑어보는데 어쩐지 모두들 빵을 굽고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린다 브린 피어스도 빵을 굽는다. 나는 문득 빵 냄새가 그리워져 말한다. 우리도 빵과 커피를 좀 먹을까. 그러면 곧 다정한 응답을 받는다. 이곳에는 좋은 책못지 않게 맛있는 빵과 커피가 늘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과 빵과 커피라니, 정말 완벽하고 따뜻한 곳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