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보카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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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새해에 처음으로 당근마켓을 시작했다. 왜 우리 가족이라고 말을 하는가 하면 아빠가 키운 아보카도 나무를 내가 사진으로 찍어 언니가 당근마켓에 올려 판매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그동안 조카가 과육을 먹고 나면 남는 아보카도 씨앗을 하나하나 손질해 싹을 틔워냈다. 아보카도 씨앗은 그냥 흙에 심는다고 해서 싹이 나지 않는다. 씨앗의 3분의 2가량을 물에 잠기게 해 일정 시간 기다려야 한다. 그냥 오목한 그릇에 넣어둔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단단한 껍질이 썩지 않도록 어느 정도 공중에 띄워 잘 고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거치대이자 고정대 역할을 할 이쑤시개를 삐삐머리처럼 씨앗에 꽂아야 한다. 아빠는 아보카도 씨앗을 모아서 그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요거트 통을 재활용해서 씨앗이 머물 집을 만들었다. 삐삐머리를 한 씨앗 하나에 요거트 통 하나가 배당되었다.
가족들은 햇빛이 잘 드는 창가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아보카도 씨앗 통을 한동안 성가셔했다. 진짜 싹이 날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 몇 주가 지나도 씨앗에 변화가 없자 “아무래도 희망이 없어 보여요”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그러나 아빠는 꿋꿋했다. 기다림에 보답하듯 어느 날 삐삐머리들은 싹을 틔우고 잎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아빠는 기뻐하며 씨앗을 화분에 정성스레 옮겨 심었다. 식물들은 흙 위에서 빠른 속도로 쑥쑥 자라났다.
아빠의 아보카도 나무는 당근마켓에서 인기가 많았다. 사람들은 서로 자기에게 판매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앞다퉈 식물을 사갔다. 그렇게 아보카도 나무는 순식간에 6그루가 판매됐다. 우리는 신이 나서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한 아보카도 화분에도 눈독을 들였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살펴 보니 아빠는 꽤 아쉬워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판매하려고 키운 게 아닌데 얼떨결에 잘 자란 아이들이 모두 분양돼 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 "마음이 헛헛해." 아빠가 말했다. 그러자 언니는 걱정 마시라며, 앞으로 나올 아보카도 씨앗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아빠를 안심시켰다. 조카는 아보카도를 많이 먹는다. 미래의 삐삐머리가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