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괴로움은 썰물처럼

sputnik.K 2022. 1. 18. 16:05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두드러기에 시달렸다. 토요일 오전 피부과에 다녀왔지만 차도가 보이지 않아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두드러기는 따뜻한 극세사 이불 안에서만 진정되었다. 피부과에서는 피부에 바르는 스테로이드 약제만 처방해줬는데 사실 두드러기에 바르는 약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가 하면, 몇 해 전 비슷한 증상으로 갔던 피부과 원장님이 "두드러기는 혈관을 타고 흐르는 염증 문제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에 바르는 연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줘서다. 심장이 아프다고 심장 근처 피부에 빨간약을 바르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지방의 작은 피부과에서는 주사나 약은커녕 먹는 걸 조심하라는 애매한 말과 함께 스테로이드 연고만 처방해줬다. 그렇게 별 소용 없는 연고를 별 기대 없이 바르면서 괴로움을 이불 삼아 덮고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내 생애 가장 반가운 월요일을 맞이했다. 나는 날이 밝자마자 내과를 찾아 주사를 맞고 알레르기 약을 처방받아 왔다. 집에 와서 약을 한 첩 먹자 피부는 씻은 듯이 가라앉았다. 두드러기의 원인은 아마 금요일 저녁에 먹은 고등어나 그날 간식으로 먹었던 떡 속의 견과류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상은 언제나 별 것 아닌 것으로 흐트러진다. 이를테면 고등어나 견과류가 시간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하면 보통의 날들은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간다. 작년 말부터 이어오던 새벽루틴도 가려움증을 대면하자 “어이쿠, 저도 가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사라졌다. 다행히 괴로움은 썰물처럼 한꺼번에 물러갔다. 파도는 아무리 커도 왔다가 사라진다. 그 자리에 머물면 그건 이미 파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