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업시대

주말의 도자기 공방

sputnik.K 2022. 3. 7. 14:00

 

 

 

 

토요일에 물레를 차고 찻잔을 만들었다. "차를 마셔본 사람이 만드는 잔은 다르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이번 시간에는 백상감 입히는 방법을 배웠다. 하얀 화장토의 농도를 조절해 붓으로 슥슥 바르면 되는데 불에 구워져도 붓터치는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원래는 굽을 깎은 후 흙에 수분이 있을 때 바로 발라야 하지만 피치 못해 시일이 지났다면 물이 묻은 스펀지로 잔을 살짝 닦아내고 바르면 된다. 그 과정 없이 마른 흙 위에 바로 하얀 분을 바르게 되면 뜨거운 가마 안에서 하얀 부분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한 번의 손길이 있고 없음으로 둘 사이의 견고함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요일에는 말려놓은 찻잔의 굽 깎는 작업을 했다. 같은 크기로 만들어둔 잔이 많아 컵 크기에 맞는 굽통을 만들어 깎아보기로 했다. 기물을 만들 때처럼 중심을 잡은 다음 윗 부분을 평평하게 만들어 주면 굽통이 완성된다. 굽통을 활용하면 매번 잔을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지 않고 굽통에 잔을 끼워서 굽을 깎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굽통의 중심이다. 중심이 틀어지면 아무리 잔의 모양을 잘 빚었다 하더라도 굽의 밑면이 고르게 깎이지 않는다. 제대로 서지 않는 잔은 기능적이지도 미적이지도 않다. 그렇게 굽통을 활용해 잔의 굽을 깎고 화장토를 발랐다.

 

5시간가량 작업을 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서는 침대에 픽 쓰러져 1시간 넘게 낮잠을 잤다. 서울 공방에서는 도자기 작업이 실타래 풀 듯 술술 잘 되었는데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선생님이 기둥을 세워주고 잔을 적절하게 말려주고 중심이 틀어지지 않게 여러 번 확인해줬다. 당시에는 다 내가 만든 것인 줄 알고 완성품을 끌어안고 뿌듯해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선생님의 공이 8할이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진짜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