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서울집을 떠올리며
sputnik.K
2022. 4. 25. 13:25
아마도 집 앞에는 택배 상자가 네 개 정도 쌓여 있을 것이다. 집 안에 있는 식물들 중 일부는 생을 달리 했을 것이다. 식물을 생각하면 얼른 달려가 물을 흠뻑 주고 오고 싶다. 먼 길도 아닌데 이상하게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나는 작업실을 차리게 되었다. 입주만 결정했고 아직 물건은 채워넣지 않았다. 그래도 작업실을 만들기로 결정했으니 절반은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일주일에 5일 도자기 공방에 다니면서 크고 작은 잔을 반복해서 만들고 있다. 저녁에는 조카의 치카치카를 담당하고 있다. 내겐 그다지 어렵지 않은 그 일을 다른 식구들은 꽤 어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저녁식사 후 아기 칫솔에 치약 짜는 일은 자연스레 내 몫이 되어가고 있다. 이곳에서의 일상이 자리 잡혔다고 해서 서울집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니다. 내 방이 둥실거리며 머릿속에 떠오른다. 책상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창문 너머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곤 하던 장소다. 방의 형태는 금세 사라질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일순간 퐁! 하고 터져버린다. 어디선가 바람이 휙 불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