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다시, 안녕
sputnik.K
2022. 5. 30. 00:25
4개월만에 서울집에 왔다. 집 앞에는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려 온 선물이 있다. 멀리에서 온 마음이 소포와 편지에 담겨 있다. 그 다정함과 따뜻함을 끌어안고 집에 들어와 구석구석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했다. 기다리다 지친 식물들에게 천천히 물을 주고 몇몇 화분은 슬픈 마음으로 흙까지 통째로 비웠다.
어쩐지 지난 몇 년 동안 이렇게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씩 집을 비웠다 돌아오면 많은 것이 낯설게 느껴지곤 했다. 영영 표정을 잃어버린 식물을 대할 때면 미안했고 공간의 낯섦은 더욱 짙어졌다. 식물을 다시 살 때면 언제까지나 곁에서 물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마음은 늘 행동에 비하면 힘이 없었다. 당분간은 식물을 더 들이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빈 화분은 부모님 댁에 갖다 드릴 생각이다. 그곳에는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나는 당분간 이곳에서 단출한 식물생활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