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머리는 초토화 입안은 초코화
sputnik.K
2022. 9. 1. 13:11
생각이 복잡할 때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일단 할 일을 한다. 생각은 유행 지난 폴더폰처럼 딱 소리 나게 접어 책상 언저리에 놓아둔다. 중간에 곁눈질로 접힌 생각을 쳐다볼 때도 있지만 서둘러 다시 책상의 중심부로 돌아온다. 할 일을 다 했다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생각하기에 착수해도 좋다. 생각이 많다면 그들끼리 이리저리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늘은 그 일련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 평소 가고 싶었던 장소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연남동에 위치한 핫초코 가게다. 자리를 잡고 진짜 진한 초콜릿 음료 한 잔을 주문한다. '진짜'라는 부사는 진짜 메뉴명에 있었던 말이다. 하얀 잔에 꾸덕하고 쌉싸름한 핫초코가 담겨 나온다. 티스푼으로 떠먹어야 할 정도로 충분히 진하고 밀도가 높은 핫초코다. 머릿속이 초토화되었더라도 입안이 초코화되면 심신에는 다소 안정이 찾아온다. 그러면 할 일을 하고 생각을 접었다 다시 펼칠 힘이 생긴다. 생각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 꾸덕꾸덕한 핫초코는 언제나 좋은 에너지원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