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7월의 물음표들

sputnik.K 2023. 7. 31. 21:30

 

 

 

 

# 7월의 어느 날

7월에 만난 어떤 사람은 내가 비건지향인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에이, 하지 마요. 하더라도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마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니까요." 그는 내 소비 방향이 사람들의 선택의 폭을 좁힌다고 했다. 나는 이내 그가 말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그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내가 무언가를 취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이 그를 놀라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며 어떤 폭을 좁혀버린다니. 그러나 이미 불편함을 느낀 그에게 편함을 선사할 도리는 없었다. 우리는 잠깐 커피를 마시고 일어났다.

 

# 7월의 마지막 날

7월 초부터 가려움증을 동반한 알 수 없는 염증이 눈가에 생겼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요즘 내 신경은 문제가 있는 지점에 주로 머물러 있다. 새로운 요가원에는 계속 가야 할까? 피부에 열이 오르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결정의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나는 문득 빈 의자를 들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 그건 꽤 수고로운 일이다. 여름이 지나가는 중이고 나는 심각하게 굴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