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각자의 삶으로 퇴장하는 사람들

sputnik.K 2023. 10. 28. 16:34

 

평일 오후, 한강에 돗자리와 캠핑의자를 편다. 근처에서 포장해 온 따끈한 피자를 먹으며 땅콩크림이 올라간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이 작은 행위들이 모이자 우리는 방금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진다. 강물 위로 하얀 요트가 느릿느릿 지나가고 벌써 소풍을 마친 사람들이 각자의 짐을 싸서 잔디 밖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아빠가 조종하는 미니카를 타는 어린 아이, 분홍색 파라솔이 달린 수레를 끌고 다니며 솜사탕을 파는 할아버지, 콩콩이 실력을 뽐내는 어린이, 배드민턴 치는 연인, 기어코 나무에 걸려 버리는 셔틀콕, 자전거 타는 사람들.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로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진 방금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진다. 날이 저물어가고 조금 더 행복해질 대로 행복해진 우리도 곧 각자의 삶으로 퇴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