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가을, 가-아-을
sputnik.K
2023. 11. 2. 23:57
햇살 쏟아지는 길을 걷다 보면 단풍잎이 예고없이 어깨에 툭 하고 떨어지는 계절이다. 갓 떨어진 단풍을 무심히 가방에 넣어 오면 마른 잎이 금세 쪼그라들어 있다. 찬란하던 낙하의 순간은 어깨 언저리에 짧은 감촉으로만 남아 있다. 나는 기지개를 한번 켜고 빨래를 돌리고 바닥을 청소하고 세탁해둔 카펫을 새로 깐다. 문득 얼마 전 미팅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의 눈가 주름이나 악의 없는 눈꼬리.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 그런 것들을 하나둘 생각하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게 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 가-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