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긋다

아무튼, 티양

sputnik.K 2024. 2. 21. 16:06

 

 

 

 

2024년이 시작된지 한 달 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지만 올해를 어떻게 보내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기차 안에서 올해의 단어를 태양으로 정했다.

 

이런 생각은 기차에서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 실린 '태양의 여인' 편을 읽다가 든 것이다. 태양의 여인인 황선우 작가가 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쓴 김하나 작가의 글을 읽고 있자니 불현듯 부모님 댁에 있는 내내 뜨거운 볕을 쬐며 산책할 때 느끼던 감각이 피처럼 몸에 돌면서 어깨부터 긴장이 풀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그런 감각이다. 

 

키워드를 햇빛이 아닌 태양으로 정한 것은 태양이 조카를 거치면서 내게 웃음을 주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카는 자신의 귀로 들어오는 수많은 단어를 스스로 발음하기 쉽게 익혀 세상에 다시 내놓는데 태양의 경우 "티양(때로는 턍)"으로 미묘하게 재생산되었다. 그래서 나는 가수 태양이 컴백했을 때에도 '티양 컴백했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킥킥대는 사람이 되었다. 이 내적 변환장치를 막을 길이 없다. 아무튼 티양이 떠오르면 부지런히 일어나 빛을 따라가며 위아래 좌우를 모두 햇빛으로 채우면서 살 계획이다. 올해는 나도 뜨거운 티양의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