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개미지옥
sputnik.K
2024. 3. 25. 11:59
언니네는 개미지옥이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곳에는 재미있는 책이 많고 맛있는 음식이 넘치고 커피와 차가 있으며 따뜻한 조명과 좋은 음악이 흐른다. 무엇보다 이제는 세상 귀여운 조카까지 한자리를 차지해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한마디로 유혹의 장소다. 중문을 열고 그곳에 들어갈 때면 언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생각이 든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자유지만 신발을 신고 다시 나오는 것은 힘든 구조를 가진 집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크게 먹고 언니와 통화하면서 이제부터는 내 일에 집중해야 하니 당분간 언니 집에는 갈 수 없겠다고 랩처럼 전했다. 마지막에 언니집은 개미지옥이야라고도 덧붙였다.
며칠 후 언니는 형부님이 나의 개미지옥 발언에 몹시 속상해 하더라고 전했다. "우리 집에 개미가 어디 있다고 그래, 이 엄동설한에. 두 번이나 소독도 했는데!"
그렇지만 아무리 소독을 해도... 그곳은 개미지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