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을 사랑하는 사이
숨을 훅 들이마시면 기분 좋은 초여름의 공기가 몸 구석구석을 채웁니다. 봄과 여름 사이에 있는 이 짧은 계절을 저는 처음으로 좋다고 감각합니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도 계절이 있고 그 찰나를 깊게 사랑할 수도 있음을요.
올해는 1월부터 일을 쉬고 있는데 사이사이 복잡미묘한 상황이 계속 끼어드는 바람에 쉬는 것 같지만 정작 쉬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이를테면 전 회사의 골치 아픈 문제가 1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뭔가 마무리 되려고 하니 심한 감기몸살과 피부 염증이 시작되는 식이었어요. 최근에는 본가에 가 있는 동안 급성폐렴에 걸려 입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급성폐렴이라니요? 어안이 벙벙해 눈만 동그랗게 뜨고 병원 침대에 누워 주는대로 항생제와 수액을 맞았습니다. 매 끼니 털어넣는 약 때문에 밥맛도 잃어갔습니다. 선생님, 제가 밥맛을 잃다니요? 병원은 이상한 곳이었습니다. 있으면 있을수록 스스로가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으니까요. 빨리 나가고 싶었어요. 그렇게 적극적인 수동성을 발휘해 이 기간을 견디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답니다.
서울에서는 혼란한 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방 인테리어를 바꾸기 위해 틈틈이 몇몇 가구를 당근마켓에 내놓고 새 책장과 탁자, 크기를 줄인 매트리스와 프레임을 구매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무질서였던 집이 다시 정돈돼 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바람이 너무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초여름이 되었네요. 힘들다면 힘들고 혼란하다면 혼란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나간다는 건, 좋은 일이지요. 지나가고도 남는 일이 있다면 그건 제 것인 거겠지요. 다가오는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 같습니다. 땀도 많이 흘리고 더 많이 웃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