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7개의 팽이

sputnik.K 2024. 6. 26. 21:15

 

 

 

 

팽이 접자! 조카의 명랑한 말을 시작으로 우리의 팽이 접기는 시작됐다. 조카는 서울에서부터 가져온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종이접기》 책을 펼쳤다. 팽이 하나를 접는 데 필요한 색종이는 세 장이다. 만들고 보니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를 가진 꽤 건축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생각보다 견고한 종이팽이였다.

 

또 접자! 또또 왕자의 요청에 팽이가 하나둘 늘어갔고 또또 왕자의 엄마는 종이팽이의 화려한 외관과 튼튼함에 감탄하며 이건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과 나눠 가져도 좋겠다는 말을 흘렸다. 그렇게 인간 종이접기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카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접는 방식이었던 색종이 접기는 점점 이모 집중 노동이 되어갔다. 좋아하는 한 친구에게만 팽이를 주겠다고 주장하던 조카는 팽이가 친구들의 수만큼 늘어가자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졌는지 팽이 하나에 친구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종이팽이를 잘 챙겨뒀다.

 

그 사이 나는 책을 보지 않고도 팽이를 잘 접는 지경에 이르렀다. 종이접기의 달인이라는 가족들의 칭찬이 나를 감쌌고 적성을 찾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려왔다. 언니는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내게 손을 움직여 뭔가를 배운 하루니 이보다 더 값진 날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과연 배움으로 가득한 날인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