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sputnik.K 2012. 8. 1. 21:33

 

 

 

평소에도 그런 실수를 하는 건 아니다. 뭐, 늘 그러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사건은 아빠가 벗어두고 간 양말에서 시작되었다. 수건을 삶는데 그것들이 슬쩍 섞여 들어간 것이다. 두 짝의 양말이 발견된 것은 이미 수건이 회색빛으로 물든 후였다. 나는 그런 상황을 '이거 참 재미있는 일이네' 하며 웃어 넘길 만큼 대범한 성격이 아니라 일단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제스처를 취하다 불편한 심기는 한숨과 미간 좁히기로 표현했다. 아, 그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어쩌고 저쩌고. 나는 이 사건을 '아빠 양말의 만행'이라 명명하고 양말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만행에 대해 낱낱이 알렸다. 아빠는 "아이쿠, 어쩌다 그랬지?"라는 말로 시작해 양말 탓도 내 탓도 마지막으로 아빠 탓도 하지 않는 신기한 화법을 구사했다. 그래서 지금은 기분이 조금 나아져 빨래 건조대에서 말라가는 물든 수건들을 바라보며 "그래도 조금은 재미있는 일이다..." 중얼거릴 정도는 되었다. 

 

아, 오늘은 지하철이 텅텅 비어서 앞사람의 옷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타인의 휴가란 이토록 기분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