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건들
한 시절을 기억하는 방법
sputnik.K
2012. 8. 10. 21:24
얼마 전 밀레의 <만종>과 그 배경이 된 바르비종의 풍경 사진을 봤다. 그때 저 사진이 떠올랐다.
한 시절을 기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누군가 내게 26살 가을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강촌의 햇살이라 대답할 것이다. 나의 한 시절은 그곳의 햇살이었다. 경춘선이 사라지기 한 달 전, 춘천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강촌역에서 내리자 차가운 공기에서는 햇빛 냄새가 났다. 빛은 손끝으로 만져질 만큼 대기 중에서 날뛰고 있었다. 시간의 조성이 조금 변하는 느낌이었다. 빛이란 때때로 예고 없이 찾아와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뫼르소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이제 저와 비슷한 풍경과 채도를 가진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그 앞에 멈춰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햇살이 다시 손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