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에 겐자부로의 경단
일본의 영토 분쟁과 반핵 문제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에 겐자부로의 입장이다.
1. 9월 28일자 아사히 신문 1면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논평이 실렸다. "일본 작가이자 아시아 작가인 나는 센카쿠와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싼 분쟁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이룬 안정적인 성과(주변국들과의 문화 교류와 이해)가 크게 훼손될까 걱정이다." 하루키는 논평에서 중국이 중국 전역 서점에서 일본 작가들의 책에 판금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에 대해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국 국내 문제이기 때문에 비난할 수는 없으며,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중국에 보복한다면 그건 우리 문제가 돼 결국 우리를 치게 될 것"이라며 경계했다. 하루키는 《태엽감는 새》(외몽골 불모지대를 둘러싼 일본군과 몽골군, 러시아군의 유혈전쟁을 다룬 이야기)를 다 쓴 후 전쟁이 벌어졌던 곳을 직접 방문했다고 한다. "탄약통 같은 전쟁의 잔재가 여기저기 그대로 남아있는 그 불모지 한복판에 서 있는데 '왜 아무것도 없는 이 땅 한 조각을 두고 그렇게 많은 생명이 희생됐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는 지난 해 6월에는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사고에 대해 '우리가 자초한 과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 일본 전후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199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해 9월 탈원전 집회에서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열의 선두에 서는가 하면 올해 7월에는 10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탈원전 집회 '사요나라 원전집회'를 개최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안전한 원자력발전이란 것은 없고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며 미래의 어린이들을 책임지기 위해 원전을 당장 폐기하는 결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토분쟁을 통한 한국과 중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일본은 한국, 중국이 가장 약할 때 독도와 센카쿠 열도를 편입했다. 일본인은 독도가 한국 국민에게 있어 침략과 식민 지배의 시작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의 영토 분쟁과 반핵 문제에 대해 일본의 유명인사가 직접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 뿐 아니라 '국가적 긍지와 관련된 속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긍지의 뜻을 물고 늘어지며 빈정거릴 수도 있지만, 역시 별 볼일 없는 짓 같으니 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서나 생각해 보려 한다. 문제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얼굴 없는 괴물 가오나시 같다. '외로워, 갖고싶다, 먹고싶어'라고 말하며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결국 이상한 모양으로 몸을 부풀리던 요괴 말이다. 목소리가 없는 가오나시는 자신이 삼킨 것의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 센이 경단을 먹여 먹은 걸 모두 토해내게 하고서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본질은 몹시 단순한 것이다. 일본의 저 두 지식인도 가오나시에게 경단을 먹이듯 문제의 뱃속을 탈탈 터는 작업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