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ap

파리의 털갈이

sputnik.K 2012. 11. 1. 14:35

 

 

 

 

나는 파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래서 가끔 주변으로 흘리듯 "나는 파리에 가서 살 거니까."라고 말을 하곤 하는데, 얼마 전 이런 헤드라인의 기사를 봤다. "파리가 싫다, 떠나겠다... 파리지앵들의 탈출" (10월 30일자 오마이뉴스)

 

기사의 내용은 높은 임대료와 심각한 교통난으로 파리지앵들의 삶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고, 실제로 20만 명의 프랑실리엥(파리와 파리 외곽 일 드 프랑스 지방에 사는 사람들)들이 파리와 방리외(파리 외곽)를 뜨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54%의 프랑실리엥이 파리를 떠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 중 19%는 언젠가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피력했다. 

파리의 또 다른 취약점 중 하나는 궂은 날씨다. 일조량이 부족한 파리지앵들에게 프랑스 남부지방은 일종의 꿈의 대상이다. 프랑스 직장인들은 평균 11년에 한 번씩 직장을 바꾸는데, 옛날처럼 직장이 있는 곳에 가정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지역을 먼저 결정하고 그 지역에서 직장을 찾는 형태를 취한다고 한다. 언젠가 마음에 드는 직장이 구해지면 이들은 가차없이 파리를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파리가 싫어 떠나는 사람 만큼 파리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 결과적으로 파리는 해마다 5만 명의 거주자가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파리의 출산율은 사망률에 비해 월등히 높고, 젊은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파리로 들어오고 있으며, 해외에서 거주를 마치고 들어오는 프랑스인이나 파리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수를 감안했을 때 파리가 싫어 떠나는 이들이 없었다면 파리는 폭발 직전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파리는 털갈이를 하듯 기존의 파리지앵을 탈출시키고 새로운 파리지앵을 받아들인다. 나는 언젠가 파리로 들어가는 외국인이 되어 그 털갈이에 잠시 동참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나중에는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 어딘가로 흘러가 붉은 와인을 마시며 사랑하는 남편과 손을 잡고 행복하게 살아가... 그런 상상을 하다보니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