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자주 가요?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녔다. 오늘 병원에 가서 약이 듣지 않는다고 투정하니 의사 선생님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며, 요즘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조금 생각하다 그렇다고 하니 갑자기 "홍콩은 자주 가요?"라고 물었다. 이 의사 선생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언니와 내가 크고 작은 병치레가 있을 때마다 찾는 분이라 우리끼리는 각자의 주치의라고 부를 만큼 우리의 대략적인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분이다. 그러니까 홍콩에 있는 언니 집엔 자주 놀러가냐는 말이었다. 소화불량의 원인 추적 중 홍콩은 뜬금없는 등장이었지만 나는 질문을 받으면 충실하게 답하는 성격이라 잠깐 생각하고는 곧 대답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가요."
"홍콩에 가면 뭐해요? 제가 아직 홍콩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네요."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홍콩에는 뭐가 있나 보러 다녀요."
"그래요? 뭐가 있어요?"
"지역마다 달라요. 굉장히 한적한 곳도 있고, 건물이 많은 곳도 있고."
"야경도 예쁘고?"
"네, 야경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저도 얘기로만 듣다가 직접 가서 보니까 확실히 예뻤어요."
"여기랑은 달라요?"
"음, 조금 달라요!"
"그런 것만 생각해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기분 좋은 것만 생각해요. 사실 별 거 없어요."
나는 이 분이 '참 의사'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홍콩 여행에서 좋았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렸고, 곧 떠날 휴가 계획까지 세우면서 마음이 한결 즐거워졌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우리 자매는 각자의 주치의라 주장하며 이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고 찾을 것이다. 의사라면 저 정도 대화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만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걸 내가 모르고 병원을 찾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