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동무 왜 이리 말이 많소
sputnik.K
2012. 11. 23. 17:34
인터뷰 녹취 파일을 풀 때 가끔 실소가 나올 때가 있다. 주로 엇장이 나간 논리를 마주 대할 때인데, 이를테면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라는 말의 무개연성에 피식 웃어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 전, 채명신 전주월한국군사령관이 반공이 되어 월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들었다. 당시 그는 북한에서 교회조직에 몸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교회로 당원들이 찾아와 문을 닫으라고 했다. 그가 "김일성 장군도 신앙의 자유는 인정했다"라고 하자, 그들은 "반대의 자유도 있는 게 아니냐"라며 종교를 아편이라며 부정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공기도 눈에 보이지 않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이유라고 말하면 곤란하지"라고 말하자 공산당이 하는 얘기가 이러했다. "동무 왜 이리 말이 많소, 말이 많으면 반동이오, 반동은 인민의 적이오, 인민의 적은 인민 땅에서 살 수가 없소, 살 수 없으면 죽어야 하오."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해 '백두산은 뾰족해'로 마무리되는 노랫말 같다. 공산당은 언제나 이 논리로 사람들을 반동으로 몬다고 했다. 천진하게 전개되는 그들의 논리에 쫓겨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86세 노장께서 내 나이를 물으며 하셨던 말씀. "얼핏 보기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걸." 그리고 나는 이걸 굳이 또 녹취록으로 풀어 놓았다. 아이 참,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