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을 긋다

뒷모습

sputnik.K 2012. 11. 27. 12:44

 

 

 

 

미셸 투르니에는 『뒷모습』에서 인간의 뒷모습이 보여주는 웅변적 표현에 대해 이야기했다.

 

#1.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내게 왔다가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돌아선 그의 등이 그의 인색함, 이중성, 비열함을 역력히 말해주고 있었으니! 동성애자들은 멋진 인조유방을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견갑골은 그들이 남자임을 숨기지 못한다.

- <뒤쪽이 진실이다> 中

 

#2. 뒤에서는 머리털 저 혼자서 가득히 흘러내리니, 이 점이 사실 애교의 함정인 것 - 머리 손질을 한다는 것은 뒷모습에 신경 쓴다는 것. 여기엔 어느 만큼 자기 희생이 있어라. 멋들어진 머리털은 그렇게 빗은 장본인에게 그지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니 더더욱 그렇지. 생 종 페르스는 말하네.

 

그대가 내 머리를 다 땋고 나면

나는 결국 그대를 미워하고 말리라

 

그것은 타인의 존재가 휘두르는 가장 잔인한 폭거. 나는 나를 위해 세수하고 옷을 차려입지만 머리는 너를 위해 매만진다. 그와 반대로 스님과 병사와 죄수의 까까머리는 비인간적인 규율의 질서를 위해 타자와의 자연스럽고 사회적인 관계의 단절을 나타낸다.

- <머리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