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라스트 신이 말하는 것

sputnik.K 2013. 5. 7. 15:49

 

얼마 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전거 도둑>과 <모던타임즈>를 봤다. 각각의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실업난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시대적 모순을,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무시되는 인간성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각각 각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들이었는데, 주인공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앵글에 담은 마지막 장면 때문인지 내겐 비슷한 느낌으로 남아 있

 

<자전거 도둑>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공장 노동자와 길거리 부랑아를 캐스팅해 주인공으로 세웠는데, 그들이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켜 나눠먹는 장면에서는 그들이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삶의 고단함을 나누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던타임즈>에선 찰리 채플린과 함께 등장하는 소녀가 실제 채플린의 부인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찌되었든 마지막 순간 그들은 주변 사정에 개의치 않고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나갔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하는 그런 태도로 말이다. 

 

나는 한 사람의 진실은 그의 뒷모습에, 관계의 진정성은 그들의 마지막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첫 장면보다는 마지막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극히 동양적인 사고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일전에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에 대한 심사평을 읽은 적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상당 부분 탈락한 작품들이 가진 용두사미의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선명하지 못한 마무리, 너무 뻔한 결말, 과장되고 충동적인 끝맺음, 허망해서 감흥 없는 마지막, 공감에 이르지 못하는 결론들. 결국 라스트 신에서 모든 것이 갈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