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좋아해요

2019. 7. 19. 23:01 from 외면일기

 

 

 

 

예전부터 잡지를 좋아했다. 보는 것도 만드는 일도 좋아했다. 잡지는 어쩌다 시작해 깊이를 가지게 된 취미생활처럼 삶에 꼭 필요하진 않지만 귀퉁이에 존재함으로써 살아가는데 유용한 힘을 다. 부담 없이 힘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얇은 페이지에 조밀하게 구성된 글과 사진, 디자인 사이에는 각자의 영역이 분명한 교집합이 존재한다. 그 모양새를 가늠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초반 기획 회의와 후반 교정 시간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각자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에 비하면 이후 취재원을 섭외하고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은 마감을 향한 숨가쁜 여정에 가까웠다. 그러다 디자인까지 끝난 원고가 책상 위에 놓이는 교정 시간이 되면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이때는 버릴 것과 살릴 것을 확인하고 잘못되거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수정한다. 공식적으로 내가 한 일을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다.

 

요즘은 잡지를 만들지 않는다. 취재도 하고 글도 쓰지만 일의 리듬은 완전히 달라졌다. 팀 체제로 일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나는 거의 나홀로 일을 한다. 혼자 조용히 하는 일은 단촐하고 편안하다. 물론 서점에 가면 늘 잡지 코너에 들른다. 일방적인 친밀감을 느끼며 작고 단단한 힘들이 여전히 거기 있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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