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무척 하고 싶은 날들이 있었는데 오늘 그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음을 느낀다. 방은 적당히 어질러져 있다. 읽다 만 책들이 침대며 책상이며 수납장 위에 흐트러져 있고 식은 커피가 담긴 잔과 코코넛 빵가루가 묻은 접시가 책상 위에 오래된 정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언니와 통화하면서 내가 최근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 요즘 커피가 좋아. 너 요즘 조금 잔잔한 파도네. 응. 전화를 끊고 잔잔한 파도 사이를 헤어쳐 시 작법 강의를 신청한다. 넘실대는 바다 위를 배영하며 나는 어쩐지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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