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고 일어나 화병의 물을 갈고 무왁저지와 당근라페를 만들었다. 왁저지는 사찰음식 수업에서 배운 메뉴다.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왁저지가 왁저지인 이유는 왁저왁저하며 졸아들어서다. 왁자왁자가 아니라 왁저왁저 졸아드는 것만이 왁저지라고 한다. 알 수 없는 의성어의 세계다. 마침 밥솥에 밥이 약간 남아 있어서 그릇에 덜어 왁저지를 넣고 살짝 비벼 먹었다. 눈이 동그래질 만큼 감칠맛 나는 맛이다.
당근라페에는 적양파를 촙촙 썰어 넣고 딜을 듬뿍 넣었다. 조금 더 이국적인 맛이 난다. 숙성시켜서 내일 살짝 구운 식빵 위에 잔뜩 올려 먹을 계획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또 맛있는 음식 먹을 궁리를 하는 일은 언제나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