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절기가 궁금해져서 공부를 조금 해봤습니다. 그동안 이유 없이 절기는 어른들의 언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그 사이 제가 어른이라도 된 걸까요.
절기라고는 잘 모르고 살다가 얼마 전 입추에 요가 호흡이 더 잘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아, 절기란 이런 건가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처서가 지나면서는 확실히 밤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끼면서 아, 절기란 참으로 과장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펴보니 절기는 상당히 낭만 있는 셈법이더군요. 이를테면 제가 아는 어떤 이는 망종과 하지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망종은 6월 5일 씨를 뿌리기 시작하는 날이고, 하지는 6월 21일로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시기입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추분과 한로 사이에 태어났는데요. 추분은 9월 23일 밤이 길어지는 날이고, 한로는 10월 8일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한창 낮이 길어지던 때를 지나 가을이 시작되고 이윽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할 때쯤 제가 태어난 거죠. 여름이 시작될 때 연인이 된 사람들은 입하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왜 갑자기 이런 말들을 글로 써보고 싶어졌을까요. 그저 낮과 밤을, 더위와 추위를, 눈과 비와 이슬을, 계절의 시작과 끝을 잘게 나눠 제대로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을 밤 다음 아침, 아침 다음 밤이 오는 감각으로 살지 않고 그 안에 있는 많은 것을 잘 보고 듣고 살피며 우리의 시간에 살뜰히 쌓아나가면 좋겠다고요. 그러다가 소설이 되면 별을 보러 갈까 합니다.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이 되면 날이 쌀쌀하게 느껴지겠지요. 그런 날 청명한 하늘에 별이 빛나는 모습을 보면 제 날들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기대가 됩니다. 아름다운 날들에 대한 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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