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파뤌입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마루에 땀 한 줄기 흐르게 하는 네, 바로 그 파뤌이에요. 이렇게 인사하러 온 건 오늘이 저의 마지막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이런 날 라멘집에 가서 첫라멘이라는 이름의 메뉴를 첫끼로 먹네요. 집에 돌아와서는 수경과 수영복을 챙겨 해가 쨍쨍한 길을 걸어 수영장에 다녀와요. 그러곤 누군가의 푹신한 배를 베고 회색 소파에 가로로 길게 누워 오늘 햇살이 참 아름다웠지 하고 말하네요. 그 해가 다 지기 전 그와 저녁을 나눠 먹고 영화를 한 편 골라 봐요. 중간에 아, 하루가 끝나가고 있어 하며 아쉬워하네요.
제 이야기도 들려요. 그래도 마침내 무덥고 나른했던 파뤌이 끝나가고 있다고요. 그래요. 이제 저와 다른 방식으로 당신의 등을 떠밀어줄 구월이 올 거예요.
머리카락이 식은 바람에 기분 좋게 한 올 한 올 날릴 테고 더 이상 수고스럽게 손등을 들어 땀을 닦아낼 일도 없을 거예요. 당신이 사랑하던 짙은 초록은 천천히 색을 바꿔나가겠지요. 그날들이 또 당신을 설레게 할 거예요.
저는 이제 할 일을 다 했어요. 그러니 안녕히, 나는 퇴장해요. 내년에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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